토스페이스를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

지난 1일, 토스는 예고했던대로 토스페이스라는 이름의 이모지 세트를 공개했다. '역시 토스다'라고 할 정도로 깔끔하고 유려한 디자인으로 공개된 3600개의 이모지들은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 같아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해당 이모지 세트에 대해서 그닥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뭐야 내 삐삐 돌려줘요

토스는 새롭게 emoji를 만들면서 기존에 있던 몇 가지 이모지의 모양을 크게 변형했는데, 그 중 첫번째 이유는 시대 상과 맞지 않는 이모지 변경이였다. 사실 emoji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왔다. 총 모양의 이모티콘이 총기 난사 등의 사건에 악용된다는 이유로 물총 모양으로 바뀐다거나, 더 다양한 피부색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던가, 성별에 중립적인 새로운 사람 이모지가 등장하는 등 이모지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왔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는 새로운 emoji를 제안할 수 있는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서 이루어 진 것이지, 특정 업체가 임의적으로 변경해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이렇게 되는 경우 유니코드 문자를 구분하는 표준 CLDR(Common Locale Data Repository) 이름과 괴리가 발생하여 같은 이모지를 사용하여도 토스의 이모지 폰트를 사용하는 사람과 애플의 이모지 폰트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 소통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스크린 리더는 CLDR 이름을 기준으로 이모지를 읽는다. 작성자는 마스크 착용을 의미하는 토스의 이모지를 사용했지만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는 독자는 speaking head (🗣️)로 읽게되어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처럼 이모지는 전세계적으로 약속된 하나의 언어이므로 임의로 변경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오늘부터 내가 수박을 몽미라고 부르겠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몽미라고 하면 그게 수박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Japan을 삭제한다

삼일절에 발표하는 것을 의식하여서인지, 아니면 반일 감정을 녹여내서 삼일절에 발표하겠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토스의 이모지에는 일본의 색깔을 상당히 배제한 것이 눈에 띄이는 특징이다. 이모지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emotion + -ji의 합성어로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2015년 제정된 Emoji 1.0에는 기존에 사용되던 일본의 이모지들이 대거 포함될 수 밖에 없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삼성도 일장기 2개가 겹쳐져 있는 crossed flag를 대한민국 태극기가 겹쳐져있는 이모지로 바꿔서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영원히 기록되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이모지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업체가 되었고, 삼성은 타겟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면서 다시 해당 이모지를 다른 사회적 합의와 동일하게 일장기 2개가 겹쳐져 있는 모습으로 회귀시켰다.

결론

토스는 이모지를 공개하면서 공개 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토스페이스는 완전히 무료예요. 3,600개의 이모지를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어요. 왜 무료로 배포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분명하고 확실해요. “Universal Design.” 디자인 생태계에 기여하는 것이, 지키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믿으니까요.

Universal Design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공개했지만, 그 결과물은 universal과는 거리가 먼, 갈라파고스화 되어 아이러니하게도 토스가 그렇게 피하고자 했던 일본의 그것을 그대로 닮아있다. 지금은 일본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를 설명한 페이지를 toss face 설명 페이지에서 내렸는데, 일부러 흔적을 지워내려하는 것 보다는 새로운 이모지를 정식 루트로 제안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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