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돌아보며

2021년은 내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던 해라고 할 수 있다. 수험생 신분에서 대학생 신분으로 다시 돌아왔고, 대학생 신분에서 얼마 안 있어 사회인 신분으로 바뀌었던 해다.

1분기 (1월 ~ 3월)

수능 끝, 대학으로 돌아갈 준비

나는 20학번으로 현재 학교에 들어왔지만, 2021학년도 수능에 응시했다. 그러나 대차게 말아먹고 미련없이 원래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남들보다 1년 늦게 시작하게 되는 것이였기에, 마음 한 켠에는 조급함이 있었다.

고등학교 선배가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는데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고, 그걸 보고 바로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팀 마에스트로로서 2개의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1. 오늘의 아무말

오늘의 아무말은 국립국어원에서 무료로 공개한 소설 또는 시를 랜덤으로 출력해주는 간단한 Flutter 어플리케이션으로, 팀원 4명의 팀워크를 맞춰보기 위해 빠르게 진행한 Preflight 프로젝트였다. 현재도 구글 play store에 올라가 있는데, 다운로드 수가 꾸준히 늘기는 하더라. 왜 그런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2. 심리게임 플랫폼

오늘의 아무말 프로젝트로 합을 맞춰본 뒤 진짜 해보고 싶은걸 만들어 보기로 했다. 4명 모두가 기획안을 들고왔는데, 난 술 자리에서 간단하게 서로의 폰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복불복 같은, 그러면서도 운보다는 실력이 결과를 좌우하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아무튼 내 기획안이 채택이 되었고, 미니 게임들 여러가지가 올라가는 플랫폼을 하나 만들자고 결정이 되어 2개 게임의 기획과 전반적인 UI/UX 디자인을 맡았다.

게임은 '전쟁과 평화', '거꾸로 경매'라는 두 게임의 기획을 맡았는데, 전쟁과 평화는 4~8인의 플레이어가 각자 주어진 자원 내에서 공격/평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며 매 페이즈마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이 상금을 n분의 1로 배분해서 가져가는 게임이였고, 거꾸로 경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품의 가격이 점점 떨어지는 경매 시스템 속에서 주어진 예산으로 얼만큼의 이득을 챙겨갈 수 있을 지 겨루는 눈치게임이였다. 두 게임의 밸런스를 조절하면서 사람의 심리와 게임 내 경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다른 게임 시스템들도 많이 참고하고, 여러 논문들도 살펴보는 경험을 했다.

디자인은 figma를 가지고 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어플을 만드는데 사용해본 적은 처음이라 배울 점이 많았던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2분기 (4월 ~ 6월)

군대가는 친구들을 위해

앞선 두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팀원들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를 갔기에 팀으로 이루어지는 더 이상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가, 친했던 친구가 군대에 가게 되면서 내가 인편지기(훈련소에 가있는 동안 SNS 계정을 대신 운영하며 인터넷 편지 작성을 독려하는 사람)을 맡아주게 되었다. 당연히 편지 보내는 과정은 자동화가 가능할 것이라 봤고, 결국 더캠프를 대상으로 하는 Web Automation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매일 평균 50건의 뉴스를 자동으로 크롤링하여 친구에게 인터넷 편지로 보내주게 되었다. (얼마 안있어 전화로 제발 그만좀 보내달라는 절규가 들리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python beautifulsoup과 selenium을 활용하는 방법, HTTP 통신 규격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육군 훈련소 뿐만 아니라 해군으로 간 친구, 공군으로 간 친구 모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여 육해공 모두 뉴스를 전송해줄 수 있게 되었었다. 오픈소스로 만들어 공개하고자 하는것이 목적이였는데 게을러서 그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동생이 군대갈 때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 해서 올리는 걸로…)

일자리를 구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개학을 하고 알게된 21학번 친구 2명이 현대모비스 배리어프리 어플리케이션 대회를 들고와서 같이 하자고 했었다. 마침 하고 있던 프로젝트도 없었던 터라 흔쾌히 한다고 했다. 배리어프리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자료조사가 필요했고, 한동안 내 아이폰의 설정을 보이스오버 기능과 스위치 선택 기능만으로 사용해보며 어떤 점이 불편한지 어플리케이션 별로 정리했다. 그리고 테마를 '취업'으로 삼아 장애인의 구직활동을 도울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기획하여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팀장을 맡게되어 기획, 디자인, 개발 모든 분야를 맡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획안이 선정되지 않아 개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제출하기 위한 기획안과 디자인 시안을 작성하면서 현업에서 사용되는 기획안/디자인 시안 샘플을 살펴보며 어플리케이션 기획의 단계를 경험해 볼 수 있어 즐거웠다.

3분기 (7월 ~ 9월)

인생의 격변기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를 고르라면 올해 3분기를 터닝포인트로 잡겠다. 지금까지 해왔던 과외를 모두 정리하고 모아둔 돈으로 성수동에 공유 사무실을 덜컥 계약했고, 방학 이후 매일 성수동 오피스로 출퇴근하며 프로그래밍 공부를 계속했다. 이 때 javascript를 본격적으로 붙잡고 배우기 시작했다. react도 새롭게 공부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 했었는데, KICEditor(가칭)이 그것이다.

KICEditor

작년까지만 해도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입장이였고, 올해는 고3 동생을 둔 상태라 아직 입시판을 완전히 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중 입시 문제집 출판을 하는 지인을 통해 문제가 만들어지고 편집되는 과정을 들으면서 굉장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문제 구상 > 입력 > 편집 및 교열 > 인쇄로 이루어졌던 프로세스에서 편집 및 교열을 프로그래밍하여 자동화하고, 문제 구상 > 입력 > 인쇄로 프로세스를 단축시키면서 기존 대비 10%도 안되는 시간으로 문제집을 생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었다. 실제로 오르비 등의 입시 사이트에 데모를 올려서 반응도 좋았고, 여러 업체로부터 계약 제안도 받았었다. 그러나 계약하지 않고 잠시 프로젝트를 묻어둔 이유는…

Sketchsoft로

7,8월 중 프로그래밍 외주를 구하다가 모 대선 캠프에서 웹 페이지 외주를 맡겨왔고, 외주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다가 캠프측 내부 사유로 엎어졌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외주를 맡겼던 분의 배우자 분이 한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를 구하고 있던 오퍼레이션 매니저였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인턴 제의를 받게 된다.

당연히 너무 당황스러운 제안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사를 했으나, 회사를 알아보니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강연을 오셨던 교수님이 이끌던 랩실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란걸 알게 되었고, 재차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기쁘게 수락했다. 그 때 들었던 강연이 내 진로 설정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강연이였다.

그렇게 8월 중 면접을 봤고, 자바스크립트로 된 추가 과제를 진행하고 정규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계약을 하게 된다.

4분기 (10월 ~ 12월)

압축 성장기

회사를 다닌 기간은 아직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돌아보면 여러 방면에서 압축적으로 성장하게 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들어올 때 나는 파이썬 조금 할 줄 알고 자바스크립트 공부한 지 1개월차 된 학부 1학년 학생이였지만, 이젠 자바스크립트, 타입스크립트, node.js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소프트웨어 아키텍쳐도 고민할 수 있게 되었으며,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도 있는 정도까지 성장했다.

학교 동아리에서도 멘토로 추천받아 React + Typescript + Serverless 스택 스터디를 진행했고, 친한 중학교 동창 2명에게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가르쳤으며, 대학생 상대로 C언어 과외도 진행하는 등 코칭 활동도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2022년에는

'2022년에 뭘 해보고 싶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지금 이 블로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개발 서적을 하나 출판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친구 중에서 자신의 관심분야로 책을 써서 출판해낸 친구가 있는데, 작가님이라고 불리는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 그래서 나도 욕심이 생겼다. 2022년은 글로 수익을 창출하는 해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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